중세의 도서관

쇠사슬에 묶여 있었던 도서관의 책
유럽에 대학이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책이 한 권에 무려 수천만 원이나 했다. 성경 두 권 값이 논밭 딸린 저택 한 채와 맞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양피를 얇게 무두질한 뒤에 한 자 한 자 손으로 쓰고, 금은보석으로 표지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비싼 것도 당연할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학생들은 도서관에 가야만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책값이 싸진 오늘날의 도서관에서도 훔쳐가거나 오려가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그처럼 고가였던 당시의 책은 한번 빌려갔다가 반환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책은 서견대 ( 書見臺 · 책을 비스듬히 세워놓고 선 자세로 읽는 책 상 ) 에 쇠사슬을 매달아 공개했다. 이같은 시스템은 1320 년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이 맨 처음 시작하자 이듬해 파리의 솔본느 대학이 따랐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전 유럽의 대학과 도서관이 일제히 채용했다고 하니, 얼마나 도난이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당시의 도서관은 결국 이 서견대의 집합체였던 셈이다 . 당연히 장서도 많지 않아 1000 권이 있으면 A 급이었다.
지금은 벽에 책장을 설치하고, 책을 빽빽이 꽂아놓고 있다.
이런 방식을 시도한 것은 스페인 국왕 펠리페 2 세가 1584 년에 완성한 에스코리알 궁전의 도서실이 처음이었다. 궁전에 도둑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활판인쇄가 시작되고, 용 지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져 책이 작아지고 값도 싸졌다는 배경이 있었다. 그 후 20 년 정도가 지난 뒤, 밀라노의 폴로미니 추기경의 암브로지아나 도서관에서는 일반에게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쇠사슬로 매달지 않았다 하여 전 유럽이 경탄했다는 기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