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황제시대

로마제국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235 년 농민출신 마쿠시미누스가 황제에 오른 뒤부터였다. 일개 군졸의 신분에서 벼락출세한 그는 우람한 체격과 괴력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대식가로서 군인들의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그가 부하에게 살해된 뒤에는 제국의 각지에 주둔하는 군대가 걸핏하면 자기들 마음대로 군사령관을 황제로 추대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이렇게 해서 약 50 년 동안 18 명이나 되는 황제가 등장했고 부자 공동통치자까지 한 명씩 헤아리면 22 명이나 된다. 게다가 일반적 승인을 얻지 못한 통치자까지 포함하면 황제의 수는 무려 26 명에 달한다. 그 중에서 황제로서 천수를 다한 사람은 한 사람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전사나 암살로 생을 마쳤다. 이들 황제는 당시의 황제들과 같이 전임 황제의 추천이나, 원로원의 지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군대에 의해 옹립되었기 때문에 「군인황제」라 불렸고, 또한 이 시기를 역사적으로 구분할 때 「군인황제시대」라고 한다. 이같은 극도의 혼란을 잠재운 것은 284 년에 즉위한 디오클레티아누스 (245 - 313) 였다. 그도 역시 일개 군졸에서 입신한 군인황제 중 한 사람이었으나, 강력한 군사력으로 간신히 국가의 안정을 회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