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왕(391-413년)

12 개의 거대한 古墳群

국내성의 서문을 나서면 마주치는 七星山에는 가로 71m×세로 61m×높이 10m 에 달하는 211 호분이, 60m×60m×9m의 千秋陵이, 도굴된 흔적이 남은 55m×55m×7m의 西大墓가, 동쪽의 압록강가에는 70m×60m×4,5m 인 엄청난 규모의 臨江塚이 있다. 그 외에도 禹山下나 麻線溝 에 몇 기가 더 있다. 장군총은 가장 적은 규모에 속할 정도이다. 이러한 12개의 거대한 고분들을 중국에서는 왕릉급으로 보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광개토태왕릉비에서 북서쪽으로 300m 떨어진 곳에 있는 광개토태왕릉이다. 지금은 표면에 쌓았던 돌들이 거의 없어진 자갈산이지만, 원래는 둘레를 계단식으로 쌓아올리고 석실을 상부에 만든 아름다운 방형계단석실묘였다. 높이가 14,8m 에 한 면의 길이가 66m 이니 엄청난 크기이다. ‘東邦의 金子塔'이라는 장군총보다 무려 네 배가 큰 대형 고분이다. 아마 장군총처럼 7층의 계단이었던 것 같다.   무덤 뒤쪽에는 頂護石이었던 5m 정도 크기의 돌이 있다. 한 면에 5개씩 설치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의 유실된 상태이다. 석실 위로 올라가면 광개토태왕릉비, 장군총, 압록강의 유장한 풍경이 펼쳐진다. 석실은 그리 크지 않아 (2,8×2m) 오히려 장군총보다 작다. 내부에는 棺臺가 있고, 한쪽에는 관에 사용된 듯한 대리석 석재들을 불규칙하게 쌓아 놓았다. 이 거대한 고분에 묻힌 임금은 누구일까?   한때 여러 설들이 분분했다. 그런데 고분 주변에서 기와 조각들과 함께 전돌이 발견되었는데, 그곳에 ‘願太王陵安如山固如岳(태왕릉이 산처럼 안정되게, 봉우리처럼 단단하기를 원합니다)'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광개토태왕을 모셨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일부의 학설처럼 고구려에 태왕이 여러 명 있었다면 반드시 ‘광개토태왕'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런데 최근에 遺跡을 정비하면서 ‘辛卯年 好太王 九十六 ?p造鈴'이라고 새겨진 靑銅방울을 발견했다. 辛卯年이라면 광개토태왕릉비에 새겨진 바로 그 辛卯年(391년)을 말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금은 광개토태왕릉으로 확실하게 정해졌다.   그런데 고구려인들은 왜 이렇게 수없이 많은 고분들을, 또 마치 건축물처럼 모양을 분명히 하면서 엄청난 크기로 만들었을까 ? 고분은 단순하게 시신을 묻는 매장 장소가 아니다. 고분의 위치·모양·크기·재료·내부에 넣은 부장품 등은 죽은 자와 묻는 자가 속했던 세계의 가치관과 美意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다.   비교적 前期의 모습을 기록한 <三國志> 중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고구려인들이 부장품을 많이 쓰기 위해 금, 은 그리고 재물이 동이 난다. 돌을 쌓아 무덤을 만들고(그 곁에)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는다. '   이는 지금과 마찬가지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죽은 후의 삶을 믿어서인지 장례를 잘 치르는 厚葬의 풍습이 있었다.   또 <隋書>에는 이런 기록도 있다.   ‘사람이 죽으면 그를 위해 곡(哭)을 한다. 매장 시에는 북을 치고 춤을 추며, 死者를 떠나보내게 하려고 음악을 연주한다. 매장 후에는 무덤 곁에 죽은 이가 살아 있을 때 사용하던 옷가지, 개인용품, 마차, 말 등을 놓는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떠나기 전에 그것을 가지려고 서로 싸운다. '   이 때문에 외적들은 침입해 오면 무덤을 파헤쳐 보물을 약탈하려고 했다. 故國原王 때 수도까지 쳐들어온 燕나라는 美川王의 무덤을 도굴하고 시신을 훔쳐 갔었다.   <三國史記> 나 <隋書>·<北史>에도 ‘부모와 남편이 죽었을 때에는 三年喪을 입으나 형제들을 위해서는 석 달만 입는다'라고 풍습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를 보면 고구려인들은 효성이 지극하고 조상 숭배 신앙이 남달리 강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고구려인들은 멸망할 때까지도 건국자인 朱蒙과 어머니인 柳花夫人을 곳곳에 설치한 神廟 (祠堂) 등에 모시고 敬拜했다.   최근에 조사를 하면서 광개토태왕릉을 비롯한 몇몇 큰 무덤들에는 뒤쪽 아래에 거의 같은 길이의 대규모 祭壇이 있었던 흔적을 발견했다. 애절한 효성심과 조상 신앙이 이러한 독특한 모습의 무덤들을 만들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위엄 있고 아름다운 무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고구려인들은 죽음 자체를 좀더 특별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三國志 - 魏志>에 따르면, 고구려인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성인이 되면 죽었을 때 입을 壽衣를 미리 만들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늘 죽음을 염두에 둔 채 생활하며, 죽음을 명예롭게 장식하려는 마음이 있었다고 하겠다. 그러한 가치관 속에서 죽은 후의 공간인 무덤을 좀더 특별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백제나 신라 등과 달리 주변에 포진해 있는 강한 외적들과 경쟁을 하며 수시로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절실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터득한 지혜가 아닐까? 고구려인들은 늘 곳곳에 흔적을 남긴 역사의 경험과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위엄 있고 아름다운 무덤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절망적인 상황에 닥치더라도 조상의 蔭德으로 기운을 차리고 용기를 얻으면서 역사를 자신감 있게 운영해 나갔을 것이다.   천수백 년의 세월이 흐르고, 반도에 남겨진 한 떼의 후손들이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와 거대한 고분들이 뭇별처럼 수많은 골짜기를 거닌다. 그들의 가슴으로 조상들의 강한 自意識과 경제력, 그리고 중국이나 북방과는 다른 형태의 문화가 흘러들어 온다. 이 세계에서 가장 큰 고분 골짜기는 고구려가 중국과는 또 다른 동방 문명의 큰형님으로 원조선을 계승한 나라임을 알려 준다.

고구려 어제와 오늘

태왕릉 1930년대(위) 모습과 현재의 모습 성균관대 22일부터 `고구려 유적의 어제와 오늘` 전시회 일제시대 촬영된 고구려 유적 사진들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성균관대학교 박물관(관장 송재소)은 22일부터 12월22일까지 `지안(集安) 고구려 유적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제목의 기획전을 연다고 19일 밝혔다. 사오회분 1930년대(위) 모습과 현재의 모습 이번 전시회에서는 일제시대 조선총독부 박물관장이었던 후지타 료사쿠(경성제국대 교수)가 1930년대 옛 고구려 수도인 지안 일대를 답사하면서 직접 촬영한 120여점의 사진이 공개될 예정이다. 사오회분 1930년대(위) 모습과 현재의 모습 후지타 료사쿠는 당시 조선의 문화재 발굴ㆍ관리를 총괄했던 인물로 고구려 유적지뿐 아니라 경주, 부여 등 국내 주요 유적지를 답사하며 총 1천800여점의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겼다. 태왕릉의 1930년대(위) 모습과 현재의 모습 1천800여점의 사진들은 해방 이후 1953년 성대 사학과가 인수해 보관하다 1976년부터는 성대 박물관이 관리해 오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에는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장군총을 비롯해 1937년 발굴된 통구 12호분 벽화, 오회분 5호묘 등 지안 일대의 고구려 유적 모습들이 흑백으로 담겨 있다. 국내성의 1930년대(위) 모습과 현재의 모습 박물관 측은 전시회를 위해 당시 유리원판으로 촬영된 사진들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했으며 촬영 당시의 유적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도록 최근에 다시 촬영한 유적 사진도 함께 전시한다. 광개토왕비의 1930년대(위) 모습과 현재의 모습 이를 위해 지난 4~5월 두 차례에 걸쳐 지안 일대를 방문, 고구려 유적들을 재촬영했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후지타 료사쿠가 촬영한 총 1천800여점의 사진 가운데 고구려와 관련된 것들만 모아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맞서 고구려사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통구12호미공개벽화 1930년대 국내성 모습 1930년대 장군총 모습 사진제공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