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풍도 ( 馮道 , 882 - 954) 는 가문의 지위는 낮지만 박학다재하고 원만한 인품이 호평을 받아 927 년에 45 세의 나이로 후당 ( 後 唐 , 923 936) 의 재상에 발탁되었다 . 그가 봉직하고 있던 후당이 멸망하고 후진 ( 後晋 , 936 946) 이 세워지자 계속해서 신왕조에 봉직하게 되었다. “군자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던 유교세계에서는 보기드문 처신이었다.
현재 같으면 결국 헤드헌팅으로 경쟁 상대의 기업으로 옮긴 전문경영인 정도에 비유할 수 있을까. 풍도는 그후 몽골인 요 (遼 ) 에 봉직했다가 다시 후한 ( 後漢 , 947 950), 후주 ( 後周 , 951 960) 에 봉직하는 등 자신의 관료적 삶을 철저하게 일관했다.
흔란 시대에는 군인 정권, 유목민 정권으로서 민중을 잘 조정해줄 통치 기술이 뛰어난 관료가 무엇보다도 필요했으며, ‘충 ( 忠 ) ’이나 ‘의 ( 義 ) ’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풍도는 평생 동안 11 명의 군주 밑에서 고관으로 30 년, 재상으로 20 여 년을 봉직할 수 있었다.
풍도는 자신의 이러한 삶에 상당히 자신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69 세 때 쓴 자서전에서 일관되게 ‘나라에 충성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자신은 군주를 위해 봉직한 게 아니라 ‘나라’ 즉 민중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는 분명 생전에는 ‘관후장자 ( 寬厚長者 ) ’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후세 사람들로부터는 “무절제하기가 끝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만약 현대에 그가 살아 있다면 그에 대한 평가 역시 달랐을 것이다.